보스피부과의원의 ‘보스’ 김홍석 원장님과 마주 앉았습니다. 한정된 시간, 상담을 통해서는 듣기 힘든 이야기들을 나누기 위해서요. 어떤 철학으로 고객을 대하는지, 쥬베룩을 국내에 도입한 이유는 무엇인지, 그가 바라보는 안티에이징은 어떤 의미인지 등 매우 솔직한 대화가 오갔는데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보스피부과를 지탱하고 있는 묵직하고 단단한 뿌리를 이 대화 속에서 발견해 보셔도 좋을 거 같습니다.
철학을 담은 진료,
손끝에서 시작되는 변화
소개를 부탁드려요.
보스피부과의원 원장이자 피부과 전문의 김홍석입니다. 현재 ‘피알남(피부 알려주는 남자)’이라는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피부 관리만을 강조하기보다 건강과 피부가 함께 상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피부과 전문의라고 소개할 수 있을 것 같네요. 피알남 유튜브 콘텐츠도 건강과 피부를 같이 케어하는 내용들이 많은 이유이기도 해요.
국내 의사 중 피부과 전문의는 2%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던데.
현재까지 1년에 배출되는 의사 수가 3천 명 정도거든요. 그중에 피부과 전문의는 약 70명에 불과합니다. 정말 적은 숫자죠. 피부과가 생각보다 어려운 과예요. 공부 할 것도 너무 많고. 되게 쉽게 생각했다가 이렇게 공부를 많이 하는 과였나 싶었어요. (웃음) 물론 전문의가 아니더라도 잘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전문의 타이틀을 가진 분들은 지식의 깊이와 넓이가 확실히 달라요.
피부과 전문의,
유튜브에서 소통하다
이런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병원 진료뿐만 아니라 유튜브 콘텐츠 제작에도 공을 많이 들이시잖아요. 무려 5년 전부터 시작하셨더라고요.
이전에 화장품 관련 교육을 몇 년간 했었어요. 그때 가지고 있었던 생각들과 지식들을 다른 사람들도 이해하기 쉽게 영상으로 풀어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강연장이 아니면 아무도 제 얘기를 들을 수 없으니까요. 봉사까지는 거창하고 좋은 마음으로 시작했던 거 같아요. 점차 시술, 피부 관리 등으로 주제들이 확장되어 가면서 지금에 이르렀어요.
또 하나는 저는 효율성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환자분들이 자주 묻는 질문은 유튜브 영상을 통해 더 쉽게 전달할 수 있거든요. 서로에게 시간은 절약되고, 필요한 정보는 언제든 반복해서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500개가 넘는 영상이 올라와 있어요. 이 방대한 콘텐츠 아이디어를 어디서, 어떻게 얻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촬영 시작 10~20분 전에 고민해요. PD도 제가 뭘 찍을지 모르고 그냥 와요. (웃음) 일단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해 내용 구성하고 스크립트 작성할 시간이 나질 않더라고요. 또 너무 많은 공을 들이면 처음엔 재밌어서 시작했지만, 일로 다가오겠다는 생각에 과감히 그 과정을 생략하기로 했어요.
이렇게 말하면 다들 놀라시는데 가능한 이유는 이미 몸에 배어 있는 이야기들이라 어렵지 않은 것 같아요. 제 안에 있는 생각과 지식을 말로 전달할 뿐인 거죠. 처음에는 촬영이란 작업이 낯설다 보니 3~4시간씩 걸렸어요. 노하우가 쌓이니까 생각을 정리해서 말하는 능력도 늘더라고요.
종종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시는데 피부 고민을 가진 분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하시면서 어떤 것들을 느끼시나요.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질문들을 보며 깜짝 놀라요. 전문가 입장에서 봤을 때 질문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내용들을 많이 물어보시더라고요. 지금 생각나는 질문을 말하라고 해도 저는 예도 못 들겠어요. 그런데 놀라운 건 그런 질문들이 50%를 차지한다는 거죠.
거기서 인사이트를 얻었던 것 같아요. 내가 찍고 있는 내용들이 정말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주제냐는 원론적인 질문을 저에게 던지게 됐어요. 저는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닐 수도 있겠다. 유튜브를 더 쉽게 만들어야겠구나. 설명하는 방법에도 전문적인 용어를 쓰는 것보다 적절한 예를 들어가면서 말하려고 항상 고심하는 것 같아요.
1:1 맞춤 진료를 위해 무엇보다 시술 전 고객의 고민을 듣고 상호 의견을 나누는 것이 정말 중요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시술의 첫 단추니까요.
저는 첫 번째로 손님이 무엇을 원하는지, 자신의 시술 목적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어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것보다요. 시술을 통해 궁극적으로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꼭 묻는 이유도 그것이죠.
시술은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는 게 핵심이에요.
얼굴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 부분들은 말씀을 잘하시지만, 시술은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는 게 핵심이에요. 그 목적을 명확히 설정하면 오히려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어요. 홍조, 주름 개선 등을 한 번에 묶어 시술하면 중복되는 게 꽤 많거든요. 하지만 조금씩 기간을 두고 다 따로따로 시술하면 결국엔 효과는 떨어지고 시간과 돈은 더 들기 마련이에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술 방향을 설정해 주시는 편인지 듣고 싶네요.
비유를 하자면 대청소할 때 처음부터 어느 위치에 어떤 가구를 어떻게 배치하겠다 생각하지 않잖아요. 일단 얼굴 전체가 정리된 느낌이 중요해요. 그다음에 디테일을 보는 거죠.
만약 작은 것에 초점을 맞춰 팔자 주름만 없애고 싶어 하는 분이 계시면 저는 반문해요. 팔자 주름만 없는 40대처럼 보이고 싶으신 거냐고요. 팔자 주름만 개선한다고 해서 원하는 이미지가 완성되지는 않거든요. 더 근본적인 변화를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만약 시술을 통해 원하는 바가 지금보다 젊고 아름다워지는 것이라면 초반에 비용이 들더라도 탄탄하게 틀을 만드는 걸 추천해 드려요. 기본에 신경을 쓰면 나중에 다른 것들을 할 필요가 없어지니까요.
병원마다, 의사마다 시술 방향이 모두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연스러우면서 빨리 좋아지는 건 없다.’ 이것이 저의 철학이에요. 치아에 음식물이 조금만 껴도 신경이 많이 쓰이잖아요. 피부에 보톡스, 필러, 레이저가 들어가면 설령 내가 크게 느끼지 못하더라도 그 주변 조직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줘요. 적응 시간이 필요한 거죠. 저는 최소 한 달이라고 생각해요.
시술 직후보다 시간이 흐를수록 경과가 좋아지는 것들이 대부분이에요. 빠르면서 절대 자연스러운 것은 없다는 게 저의 입장입니다. 고객들이 자연스럽고도 효과가 빠른 시술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저는 그런 시술은 없으니 다른 병원 가셔도 좋다고 단호히 말씀드려요.
자연스러우면서 빨리 좋아지는 건 없어요.
이러한 철학으로 명확한 가이드를 주면, 고객들도 믿음이 생길 것 같아요.
그렇다고 생각해요. 결국 시술에 대한 저의 방향성과 가치관이 맞지 않는 사람들은 떠나게 돼 있더라고요. 병원과 고객이 추구하는 바가 같다는 건 시술을 해나가는 데 있어 무척 중요한 요소라고 여깁니다.
안티에이징,
나를 돌보는 습관의 힘
피부 고민도 연령대, 성별에 따라 모두 다를 것 같은데.
사실 거의 모든 분이 비슷한 얘기를 하세요. 안 늙고 싶다는 거죠. 이건 성별, 연령대를 떠나 똑같아요. 어린 분들은 그 나름대로 어려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고, 나이대가 있으신 분들은 지금부터라도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과 기대가 있으세요. 젊게 보인다는 말은 관리를 잘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요.
꾸준히 노력한 사람은 절대 못 이겨요.
운동, 식습관 등 자신의 건강을 항상 돌본다는 것이 관리의 전제라고 생각해요. 꾸준히 노력한 사람은 절대 못 이겨요. 늦더라도 돼요. 평생 운동을 하지 않고 살았다 해도 이제 시작하면 그때부터 한 거잖아요. 그러면 바뀌어요. 피부도 똑같고요.
이렇듯 고객들과 피부에 대해서 항상 깊은 대화를 나누실 텐데 그 과정 속에서 의사로서 고민의 지점도 생기시는지.
시술이 쌓여 나가면서 자연스레 생기는 고민이 있어요. 예를 들면 하나의 방법으로 시술을 쭉 하다 보니 현재도 충분히 훌륭하지만, 방법을 조금 바꾸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는 순간이 딱 와요. 만약 생각한 것보다 결과가 못 미치면 내가 무언가를 잘못했나 아니면 콘셉트를 잘못 잡았나 등 고민하게 됩니다.
이런 시간이 쌓여 조금씩 시술 방법 바꿔보고 이를 통해 점점 발전한다고 믿어요. 같은 시술이지만 제가 1~ 2년 전에 진행했던 방식과 지금은 완전히 다른 부분이 있거든요. 결국 시술 경험의 차이, 고민의 흔적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다주는 것 같아요. 의사는 평생 공부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쥬베룩,
새로운 시술에 대한 확신
쥬베룩 불모지였던 국내에 이 시술을 일찍 도입하셨는데,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다는 건 일정 부분 불안함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이제 7년이 되어 가요. 국내에서는 거의 제일 처음 시도 했죠. 시작한 이유는 일단 쥬베룩이 궁금했어요. 하지만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잘 모르니 보수적일 수밖에 없었지요. 이전만 해도 레이저, 주사가 끝이었거든요. 쥬베룩같은 스킨 부스터 개념이 막 활발해져 있지 않았을 때라 더더욱 경계하기 쉬웠죠. 하지만 다른 시술들과의 조합도 좋고, 흉터 쪽에서만 쓰지 말고 안티에이징으로 다양하게 활용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쥬베룩 부작용에 대한 이슈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튜브를 봐도 그렇고 이 시술에 대한 원장님의 확신이 느껴지는데요.
부작용 위험이 없는 시술은 없어요. 그리고 저는 부작용은 시술자가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필러 시술을 했는데 부작용이 생겼다고 가정하면, 필러가 잘못된 물질인 건가요. 그건 넣은 사람 잘못이에요. 필러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물질 중에 하나로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잖아요. 시술자가 필러라는 물질의 속성을 온전히 이해하고 있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문제죠. 필러는 움직이고, 남는다는 특징을 머릿속에서 계산해 시술하지 않았다는 방증이에요.
부작용 위험이 없는 시술은 없어요. 결국은 어떤 시술자가 어떤 철학을 가지고 시술하느냐가 중요해요.
쥬베룩 일본, 대만 런칭 때 제가 관련 발표를 맡았는데요. 런칭 심포지엄에서 제 6년의 경험을 나누면서 했던 이야기 중 하나가 절대로 필러가 아니니 제발 필러처럼 사용하지 말라고 당부했어요. 쥬베룩은 피부 전체에 골고루 분포시켜야 합니다. 특정 부위에 과도하게 주입하면 사고가 생기고 계속 결절 문제가 발생하는 거죠.
결국은 어떤 시술자가 어떤 철학을 가지고 시술하느냐가 중요해요. 대개는 빨리 퍼포먼스를 내려다가 사고가 나는 거거든요. 충분히 기다려야 되고 천천히 가야 합니다.
원장님이 생각하는 안티에이징은 어떤 의미인가요.
우리가 어떤 물건을 하나 샀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 물건을 아끼면서 잘 쓰는 것과 험하게 써서 고장이 났을 때를요. 고장이 나 고친다 하더라도 새것처럼 되지는 않거든요. 하지만 처음부터 잘 갈고닦아 조금만 신경 쓰면 더 오래 새것처럼 쓸 수 있어요.
제가 생각하는 안티에이징은 나에 대한 관심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음식을 먹고, 열심히 운동하고, 술과 담배 덜 하는 것들은 사실 자신을 챙기고 돌보는 일인 거잖아요. 꾸준한 습관들이 노화에 진짜 중요한 요소거든요. 이런 삶의 패턴을 오래 유지한다는 건 곧 나를 사랑하는 일인 거죠.
노화를 늦추기 위한 원장님만의 피부 관리법이 있나요.
저는 진짜 대충해요. (웃음) 기본에만 충실한 편이죠.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꾸준한 건 아무도 못 이긴다는 것이 제 신조거든요. 클렌징은 3분 이상 넘기지 말고, 성분 적은 화장품 3개, 선크림, 저녁에는 비타민 A, 낮에는 비타민 C 바르는 정도만 해요.
뭔가 열심히 할 필요 없어요. 꾸준하면 돼요. 열심히 헬스장 알아보고 안 가잖아요. 효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저의 가장 큰 효율은 루틴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도 너무 하기 싫고 귀찮을 때가 있지만, 그냥 해요. 그럼 되더라고요.
평소 즐기는 운동이나 취미는요.
헬스를 열심히 하는 편입니다. 또 여행 가는 걸 좋아해서 시간이 나면 당일치기, 1박 2일 이렇게 짧게라도 다녀와요. 긴 여행이 아니더라도 좋더라고요. 개인적 성향이 호기심이 많은 편이라 새로운 풍경 혹은 장면들을 보는 것을 좋아해요.
사람들이 보스 피부과 의원 하면 ‘어떤 병원’이라는 인상을 갖길 바라시나요.
현재 우리 병원이 비싸다고 인식하는 분들이 있는 거 같아요. 차를 선택할 때도 많은 사람들이 연비만 보고 구매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가치, 디자인, 헤리티지 등등 자신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에 점수를 매기죠.
저의 또 다른 철학 하나는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건데요. 누구나 할 수 있는 시술이지만 풍부한 경험, 전문 지식, 저의 철학과 가치관이 붙으면 보스 피부과 의원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함을 발견하실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만족시켜 드릴 자신이 있고요.
보스피부과의원 원장 그리고 인간 김홍석의 추후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화장품 관련 교육 사업을 하고 싶어요. 국내뿐만 아니고 전 세계 어디에서도 통용될 만한 화장품 교육의 기본 틀을 만들고자 해요. 현재 저희도 화장품을 제작하고 있는데 본격적으로 홍보는 하지 못하고 있어요. 인력과 시간이 부족한 탓인데요. 내년부터는 확장하려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모순되는 말일 순 있지만, 또 하나는 일을 좀 그만 벌리자. (웃음) 지금까지 불필요하게 해왔던 일들이 꽤 많이 있었던 것 같아요. 누군가의 인정을 바라기도 했던 것 같고. 올해에는 과감히 정리하고 집중할 것에 더욱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입니다.